[책]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

[책]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

이 책에서는 10가지 심리 실험을 소개하며 이 실험을 주도한 심리학자가 왜 이런 실험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려준다. 10가지 실험들 모두에 엄청난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 중 몇몇은 꽤 오랜 시간을 들여서 읽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심리학자들은 어떤 한가지 가설이나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자 꽤 오랜기간동안 연구를 하고, 실험을 하고, 검증을 한다. 정말 사소하고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되어 결론까지 이르는 과정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것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을 때 그 의문을 끝까지 파고들어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위대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위대한 것들의 대부분은 사소하고 단순한 의문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나는 어떤 의문에 대해서 이렇게 집요한 적이 있었는가 반성하게 되었다.


우선 책의 제목에도 나온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에서 인간은 어떤 것으로 부터 더 강한 동기부여를 받는 가에 대한 실험을 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장의 초반부에는 스키너라는 심리학자는 처벌보다 보상에 더 강한 동기부여를 얻게 된다는 가설을 가지고 실험을 했다. 그래서 스키너는 처벌보다는 보상이, 보상 중에서도 지속적인 보상보다는 간헐적인 보상에 더 큰 동기부여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내 어릴 적 학교나 학원에서는 보상보다는 처벌에 의한 교육이 더 많이 이루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공부에 더 강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물론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학교에서 숙제를 안해서 벌을 받고, 학원에서 쪽지시험에서 틀린 갯수만큼 손바닥을 맞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계속 해야만 했던 내 자신이 불쌍할 정도다. 그래도 고등학교 만큼은 조금 처벌에서 자유로웠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교에서는 처벌은 거의 없고 학점이라는 보상만이 주어지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진정으로 내가 왜 공부를 해야하는 가 라는 동기에 대해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공부를 하는 동기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내가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고 그 의문의 끝에 나는 나름의 결론을 지었고 지금으로써는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조금이라도 어릴 때 해봤더라면 참 좋았겠다 라는 생각은 아직도 너무나 많이 하고 있다.

나는 처벌이나 억압받는 상황에서는 거의 쓸모없는 동기부여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공부를 하며 도대체 이것을 왜 배워야하는지 몰랐으며, 그저 손바닥을 맞지 않기 위해 수학 공식을 외우고, 나머지 공부를 면하기 위해 영어 단어를 외웠는데, 이러한 동기부여는 거짓 동기부여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마저도 없다면 공부를 아예 안하기 때문에 그런 동기부여라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커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먼저 알려주고 나서 자신에게 흥미가 있는 공부를 시켜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도 내가 받았던 방식의 교육이 행해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공부라는 것의 동기에 대해 조금이나마 일찍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 수학 문제를 하나 더 푼다고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결정하는 것이 쉬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과연 나의 자유의지는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나의 자유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학습되고, 학교에서 학습되고, 군대에서 학습되고, 사회에서 학습되어서 어떤 거대한 세력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음모론적 망상에 잠깐 빠졌었다.(난 음모론자는 아니다.) 이런 망상은 자유의지에 대한 갈망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나는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했으면 하는 사람인데, 그 이유는 이 영혼이 때로 자아, 정체성, 정신 등 으로 불리는 것으로 나를 나로 존재할 수 있게하는, 내가 타인과 다를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책을 쓴 저자의 의도는 이것이 아니었겠지만, 문득 나는 여러 심리실험을 보며 과학이라는 명분으로 동물이나 다른 인간에게 실험을 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과거에 그런 실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지금의 내 감정을 정확히 글로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영화 옥자를 보고나서 한동안 육식에 대해서 조금 꺼림칙한 감정을 갖게되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대학교 1학년 시절 나는 심리학에 관심이 생겨 심리학과로 전과하려 했고, 군대에 갔다오는 동안 생각해보라는 담당 교수님의 말대로 생각만 하다가 공학도로 남게 되었고 복학 후 심리학 개론 수업을 들으며 내가 생각한 심리학이랑 조금 거리가 있구나 라는 생각에 공대에 남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물론 심리학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고 재미있게 읽었다. 다른 심리학 관련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다.